우리말 궁합 진단 능력 고사의 정답을 공개합니다. 분명히 귀에도 익고 입에도 붙어 있는 흔한 표현인데, 이게 맞냐고 물으니 많이 헷갈리셨지요? 헷갈리시는 게 당연합니다. 옳게 쓰는 사람만큼이나 틀리게 쓰는 사람이 많으니, 이 표현을 그대로 검색창에 넣어 봐도 더 많은 쪽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거든요. 가끔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실수가 보이고요. 공부해 보려 해도 어떻게 하면 될지 공부법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.
국립국어원, 여러 대학의 국문과 대학원, 다양한 정부 부처에서 우리말 바로 쓰기 강의를 해 오신 여규병 선생님의 신간 『우리말 궁합 사전』은 바로 이렇게 무심코 잘못 쓰는 우리말 ‘단짝 표현’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.
그럼 지금부터 풀이를 시작해 볼까요?
1️⃣번 문제에서 살필 표현은 ‘수납+하다’입니다.
이 문장은 맥락상 창구에 가서 진료비를 내라는 의미이지요. 한데 수납은 收(거둘 수)+納(들일 납), 두 글자로 구성된 단어입니다. 그러니 진료비를 수납하라는 건 진료비를 받으라는 의미죠. 창구에 가서 해야 할 건 수납이 아니라 ‘납부’입니다. 정답은 ❌
2️⃣번 문제의 핵심어는 ‘유명세’
저는 어렸을 때부터 ‘유명세를 떨치다’란 표현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. 그래서 당연히 유명세의 ‘세’가 권세, 세력할 때의 ‘세’ 자인 줄 알았지요. 그런데 이럴 수가! 아니었어요. 유명세의 ‘세’는 세금 세(稅) 자입니다. 세금은 얻거나 떨치는 게 아니라 내거나 치르는 것이잖아요. 그러니 유명세+얻다는 궁합이 맞지 않는 쌍입니다. 2번도 ❌
3️⃣번은 맞는 표현이에요. 가끔 ‘존망을 위협하는 문제’ 같은 표현도 눈에 자주 띄는데, 그게 틀린 표현입니다. 존망은 存(있을 존)+亡(망할 망)을 합친 글자죠. 생존을 위협할 수는 있지만 사망을 위협할 수는 없잖아요. 그래서 존망은 가를 수는 있어도, 위협할 수는 없다는 것! 함께 기억해 둡시다😁
4️⃣번은 ‘등극’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묻는 문제였어요. 흔히 10위권에 등극했다, 2위에 등극했다 같은 표현을 많이들 쓰잖아요. 근데 등극의 ‘극’은 極(정점 극)입니다. 정점은 맨 꼭대기, 최고의 자리란 뜻이고요. 그런 자리는 딱 하나죠. 그러니 1위 등극은 옳은 표현이지만 2위 등극은 어색해요. 궁합이 맞지 않습니다. 정답은 ❌
5️⃣번은 맞는 표현입니다. 월척의 단짝은 ‘하다’가 아니라 ‘낚다’
6️⃣번은 저한테 최고로 어려운 문제였어요. ‘대체 뭐가 틀렸단 말이지,,? 이런 말 정말 많이 쓰지 않나?’ 한데 책을 만들면서 알게 됐죠. 돌입의 ‘돌’은 突(갑자기 돌). 그러니 ‘계획’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요. 다시 말해 “우리 팀은 오늘부터 이 일에 돌입한다!”는 맞는 표현이지만 “우리 팀은 이달 말부터 그 일에 돌입할 계획이야”는 어색합니다. 정답은 ❌
7️⃣번은 ⭕️. 근데 우리 ‘자문을 구하다’라는 표현도 많이 쓰잖아요. 그 표현이 내가 의도한 뜻과 맞는지 틀리는지는 한 번 점검해 보셔도 좋을 거예요. 책 82쪽을 참고해 주세요!